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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향의 테러 11화 완결 감상 (스포 주의) 애니메이션 감상


블루레이, 도착. 완결난 당일에 블루레이 1권이 배송이라.


잔향의 테러가 드디어 끝났다. 하이큐와 더불어 이번 분기에 가장 관심깊게 보았던 작품인 만큼, 감회도 크지만............. 결론부터 감상을 말하자면, 실망, 아쉬움, 그 자체. 1,2화에서 보여주었던 폭파 씬들은 그저 눈요기였던 것인가, 나인과 트웰브가 고2 애들이라는 걸 꼭 이런 식으로 강조해야 했었나, 아무리 의도와 시사점이 갖추어졌다고 해도 이렇게 마지막 화에서 어버버버 해버리면 매 주 가슴졸여 기다려왔던 나같은 사람은 뭐가 되는건지.


이하 스포일러 & 두서없음 주의


1. 고고도 핵폭발이란게 그렇게 만만한 것인가? 제아무리 인명 피해가 지상 폭발에 비해 적다고 해도 저렇게 패닉 없이, 원폭이 도쿄 상공에서 폭발하는 모습을 넋놓고 바라보는 묘사는 지금까지 본 작품이 추구해왔던 '리얼리티'와는 정 반대 선상으로밖에 안 보인다. 그리고 치밀하게 밀고 당기는 추리를 여태껏 보여줬으면서, 뭐 딸에게 전화 찬스? 물론 대책 본부의 의사 결정 과정과는 무관한, 독립된 판단이겠지? 그렇겠지?

2. 나인과 트웰브가 죽을 거라는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마지막 모습만큼은 가슴 찡하니 다가올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트웰브는 미군한테 총맞아 죽고, 나인은 한국 드라마마냥 시바자키한테 모든 걸 털어놓고 머리를 싸매고 쓰러진다. (이 때 곧장 죽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서도) 굳이 이런 연출을 했어야 하나? 차라리 원전 폭파 버튼을 든 나인이 총을 맞고, 트웰브가 감싸안고 우는 전개가 나았을텐데. 

3. 나는 나인과 트웰브가 추구했던 '잔향의 테러' 란, 자신들과 같은 피해자를 남긴 신군국주의에 물들어 거짓된 평화를 향유하고 있는 현재의 일본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자 함이었다고 생각함. 10화 까진 좋았다. 아주 좋았어. 근데 마지막에 웬 뜬금없는 미군이 쳐들어와서 총을 겨누니까 "실은 원전도 폭파시킬거다! 미군이 철수하지 않으면!" 이라고 외치는 나인을 보고 잠시 벙 쪘다. 그래, 와타나베 감독의 의중이 그럴 수 있겠고, 나인도 원래부터 생각해왔던 바일수도 있겠지만 그걸 11화 완결 10분도 채 안 남기고 황급히 꺼내버리는 건, 나인과 트웰브가 석 달 동안 보여줬던 치밀함과는 영 거리가 느껴진다. 작중 미군은 이렇게 말한다 "저들을 죽여야 뒷소문이 없다" 라고. 근데 결국 죽고 나서 신진평화숙 까발려지고 장난 아니었잖아. 그럼 왜 죽였니.

4. 차라리 2시간이 지나도 원폭이 터지지 않고, 어디 황궁이나 국회의사당, 아니면 그렇게 나인이 증오했던 것으로 보이는 주일 미국대사관 부근에 떨어뜨려서(원폭이란게 단순히 떨어뜨린다고 터지는 물건이 아니니) 리얼한 긴장감과 패닉을 조성시켜주는 편이 더 나았을 것 같다. 그리고 나인과 트웰브는 숨어들어서 그동안 그들이 수집했을 신진평화숙과 아테네 계획에 대한 정보를 까발리는거지. 경시청 트위터를 해킹해서 수사기록을 죄다 유출시킬 능력이 있는 애들이잖아? 그리고 마지막에 나인이 시부야 십자 횡단보도의 대형 비전에 다시 한번 나타나서 "일본의 여러분, 어떠셨나요? 이것이 당신들이 생각해왔던 일본이라는 나라입니다. 진정한 원폭은 일본 그 자체였습니다. 저희들은 처음부터 이 나라에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들입니다. 그럼 모두 사요나라" 이런 식으로 말해주고 -잔향의 테러 完- 이라는 자막이 올라갔다면.................... 에휴 망상해 뭣하냐. 이미 빼도박도 못하는 완벽하게 답없는 닫힌 결말이 나 버린 것을. 

5. 극의 전개를 위해서, 얼마든지 주요 인물을 죽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인물의 죽음에 의미가 없다면? 그 죽음은 지극히 불쾌한 것이 된다. 1화부터 11화까지 아이슬란드어로 희망을 의미하는 'VON' 이라는 단어가 수 차례 등장했다. 과연 이 작품에서 희망이란 무엇인가? 나인과 트웰브의 새 삶? 일본의 어두운 면 폭로? 그로 인해 나아지는 일본? 다 좋은데, 그럼 굳이 나인과 트웰브를 죽일 필요가 있었나? 시바자키의 얘네들은 말마따나 아무도 안 죽였잖아. 죽은 애들한테 무슨 희망은 희망인지. 


한줄 요약 : 10화 까지는 좋았다.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11화를 보는 순간, 성우가 아깝고, 칸노 요코가 아까웠다.